부산부곡동/돈까스,이태리삼촌
October fifth : 1711_18
부산부곡동 돈까스, 이태리삼촌
느낌
정말 오랜만에 카메 이후로 부산대 근처에서 내 마음에 쏙 드는 맛집을 찾았다.
음식은 말할 나위 없고 인테리어까지 주인 분의 고민과 정성이 단박에 느껴지는 집이다.
문 앞에 놓여진 발매트부터 의자, 조명, 벽면, 천장 하나 하나 무얼 선택할지 고민하셨던 흔적이 가득하다.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칭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일대에서 나름 유명한 곳인지 주말 점심대에는 꽤 북적했다.
나는 레고를 좋아하는데 벽면의 홈이나 저런 벽돌 인테리어 사이 틈을 알록달록한 색감의 레고로 채워 놓았고,
위에 달린 조명도 전구를 레고가 감싸는 형태로 독특하게 꾸며 놓으셨다.
들어와서 오른편 벽은 새하얀 벽면으로 빔프로젝터로 스누피 애니메이션 영상을 틀어놓으시는데 그마저도 가게 분위기랑 너무 어울린다.
자리에 딱 앉으면 직접 끓인 찻물을 내어 오시는데 잔 밑에 깔리는 나뭇잎 받침도 너무 귀엽다.
가게에 깔리는 음악도 딱 내 취향저격인 재즈스타일 노래가 연이어 나온다.
진짜 이정도면사장님이 내 취향 사찰하고 만든 가게인 듯..
남자사장님이 요리하시고 여자사장님이 서빙 및 정리를 하시는데,
다 먹고 마지막에 계산할 때는 늘 여자사장님이 맛있게 드셨냐고 미소를 띄며 물어봐주신다.
자리마다 가방을 놔두는 바구니도 있어 이런 세심한 배려와 친절까지 완벽한 가게이다.
가게 내부는 협소한 편이다. 벽면에 일렬로 벽보고 앉는 자리 이외에는 모두 2인석이라 3인이상이 한꺼번에 방문할 때는 좀 불편할 수도 있다.
맛
날씨가 덥고 따뜻할 때는 에피타이저로 생토마토 반 조각에 특제소스(?), 치즈가 곁들여 나왔는데
최근에 바람이 찰 때 방문하니 토마토수프로 변경되었다.
원래 나는 생토마토는 질색하는 스타일인데 전의 토마토 에피타이저는 맛있어서 남김없이 맛있게 싹싹 비워 먹었었다.
이번 토마토 수프 또한 이 수프 그대로 파스타 만들어도 돈주고 사먹을 의향 200%일 만큼 맛있는 수프였다.
사장님 솜씨가 보통이 아닌 듯하다.
앉으면 바로 내어 주시는 직접 우린 찻물도 너무 맛있어서 매번 한병 다 마시고 나온다.
이 집의 단일메뉴인 돈까스 !
예전에는 고기밥 메뉴도 있었는데 이제는 돈까스 단일메뉴만 판매한다.
돈까스를 시키면 위와 같이 정갈하게 한접시에 샐러드, 밥, 특제소스, 감자(최근에 갔을 땐 빠졌다) 그리고 두툼한 돈까스가 나온다.
여태 먹어 본 돈까스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돈까스이다.
돈까스 살을 보면 약간 핑크빛이 도는데 이건 덜 익어서 그런게 아니라 어떤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해주셨는데 기억이 안난다.
이 돈까스와 다른 집의 돈까스의 차별점은 두께 뿐만 아니라 바로 소금에 찍어먹는 다는 사실이다.
처음에 소금이 같이 나오는 걸 보고 '돈까스에 소금???' 이라고 생각했지만 찍어 먹어 보고 신세계를 경험했다.
"앞으로 돈까스엔 돈까스 소스가 아니라 소금이야 !"
저 갈색 특제소스도 야심차게 개발해내신 비법소스(?)인 것 같은데, 돈까스에 찍어 먹기보다 밥에 슥슥 말아먹으면 맛있다.
약간 한약재맛도 나고 카레 맛도 나는데 처음에는 맛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으나 먹다보면 이상하게 자꾸 끌리는 맛이었다.
나는 맛있게 먹었는데 앞의 친구는 남겼더라. 이 소스만큼은 향이 강해서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무 피클과 고추 피클도 직접 다 담그신 건데 너무 시큼하지도 않고 딱 적당했다.
에피타이저부터 피클, 돈까스 특제소스까지 전부 사장님의 손을 거쳐 완성된 음식인데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맛있었다.
개인적으로 기본적인 물부터 모든 음식 하나하나가 정갈하고 정성 가득한 느낌이라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는 기분이었다.
아 너무 칭찬만 하는 것 같아 한 가지 아쉬운 점을 토로한다면, 두 번째 방문했을 때는 밥이 조금 질었다 !
위치
요즘 부로수길이라고 이 일대에 작은 맛집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는 듯하다.
부산대와는 거리가 꽤 멀고 그나마 부산대역과 가까운 맛집이다.
부곡동 금정세무서 뒷편에 부곡2동 주민센터 근처에 위치하고 있는 가게이다.
주변에 눈에 띌만한 건물이 잘 없어서 지도 어플로 '이태리삼촌'을 검색해서 가는 걸 추천한다.